## 1. 《낭만적 은둔의 역사》
결국 한국어판 제목은 잘못 지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낭만적인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핵심적인 내용들을 뽑아보면,
- '혼자 있으면서 상당히 편안한' 상태인 고독과 '동반자 없이 혼자 있어서 불편한' 상태인 외로움은 잘 구별될 필요가 있음
- 핵심 질문은 '어떤 환경에서 고독이 외로움이 되는가'임
- 은둔은 물리적으로 고립되기, 연결된 채 혼자 있기, 딴 곳에 정신팔기의 세 모습으로 실행됨
- 1791년 요한 치머만이 고독을 두고 "자기 회복과 자유롭고자 하는 경향"이라고 한 정의는 우리 시대에도 유효함
그리고, 도대체 번역자가 '은둔'이라고 번역한 것의 원어가 무엇일지 궁금해서 아마존으로 가서 영어판 앞부분을 샘플로 봤는데 좀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같은 책을 번역한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한국어판에서는 생략된 내용이 많았다.
이상하다 싶었던 게, 저자가 역사학 석학인데 책을 이런 식으로 썼을 리가 없었다. 인용한 책을 알려주는 각주나 미주가 하나도 없고, 내용은 조금 진지한 에세이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영어판 서문은 중간까지만 볼 수 있었는데 거기까지만해도 주가 60개를 넘었다.
영어판은 전체 페이지 수가 352페이지이고, 한국어판은 328페이지다. 언어 특성상 한국어판이 영어판보다 양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마법이라도 부렸나.
옮긴이의 말이 책 맨 앞에 배치된 것도 이상했고, 그 내용은 책을 읽고 쓴 게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변죽을 울리고 있다.
아마도 책이 잘 팔리도록 어려운 내용은 빼고 에세이풍으로 번역한 것 같다. 3쇄까지 찍었으니 그들의 목표는 달성한 것 같은데, 이 출판사와 번역자의 책은 다신 사지 말아야겠다. 너무 화가 난다.
좀 다듬어서 **[#593 《낭만적 은둔의 역사》 읽기 (2)](https://seoulalien.substack.com/p/593)** 로 발행.
## 2. 유료 멤버십 조사
'[프로젝트 썸원](https://somewon.notion.site/cd25a76ee17b47c48bf325996ba33a2c)'이라는 곳이 있다. 거기서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데, '컨텐츠에 대한 컨텐츠'라고 할 수 있겠다. 정확히 내게 필요한 컨텐츠는 아니지만, 기존 뉴스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정보들을 보내고 있어서 잘 보고 있다.
이곳의 유료 멤버십을 살펴보고 있다. 더 정확히는 사람들이 무엇때문에 이 가격을 지불하고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일까를 궁금해하면서 보고 있다.
- 주간 뉴스레터: 무료, 현재 구독자 2만명 이상
- 월간 멤버십: 9,900원
- 연간 멤버십: 435,000원
멤버십에 따라 혜택이 다른데, 흥미로운 건 연간 멤버십이 고가(매월 약 36,000원)임에도 매년 매진(100명 한정)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회원들이 그만큼 가치를 느낀다는 것인가.
그래서 실제 내용을 보고 싶어서 8월 멤버십에 가입했다. 우선 가입 후 안내과정이 상세하고 알차게 짜여져 있다. 컨텐츠는 노션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고 카카오톡 등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역시 돈을 받는 거니까 허투루하면 안 되겠지.
뉴스레터 외의 멤버십 컨텐츠들을 아직 못 봐서 뭐라고 평가하진 못하겠다. 그러나 성급하게 기존 뉴스레터 내용으로 짐작해 보자면 고급 컨텐츠에 대한 수요는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고급 컨텐츠는 비즈니스와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되는 컨텐츠를 찾는 사람들이 보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들려고 하는 컨텐츠는 그런 '실용적인'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인가를 되물어보자. 읽으면 좋지만 안 읽어도 사는 데는 큰 지장 없는 그런 것인가? 다 읽고 나면 지적 충족감이랄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그런 것인가? 뭔가 더 알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그런 것인가? 내 취향을 우선하기 때문에 그 취향과 비슷하거나 일치하는 사람만 좋아할 수 있는 것인가? 아직은 부족하지만 응원해주고 싶은 그런 것인가? 검색만 조금 하면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것인가? 어렵기만 하고 처음 몇 문장 읽고는 더 이상 읽기 싫어지는 그런 것인가? 지적이면서 실용적이면서 일상적이면서 예술적인 그런 것인가?
## 3. 전 직장 동료라는 존재
가끔 생각이 나긴 하지만 '굳이' 연락은 하지않는 그런 존재랄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이는 곳에 있고, 하루에 두끼를 같이 먹기도 하고, 담배 필 때도 항상 붙어다니던 그런 사람들이, 눈에 안 보이면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나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들에게는 최대한 비인간적인 업무 지시는 피하며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려고 했고, 그렇게 형, 동생처럼 지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대부분 직급이 높은 사람들의 착각이다. 내가 직급 높은 사람에 대해 가진 생각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불편하다. 권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원만하게 지내려고 했던 거다.
직급이 같은 동료들도 크게 다르진 않다. 서로 헤어진 후에도 반갑게 만나서 같이 직장생활하던 때 얘기, 회사에 남아있는 다른 직원 얘기, 회사 돌아가는 꼴 얘기 등을 하지만, 이건 세 번 정도 만나서 얘기하면 지겨워서 더 이상은 못한다. 새로운 공통관심사가 생기지 않는 이상 만나서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끝이다.
물론 드물게 우정을 지속하는 이들도 있다. 나도 같은 회사를 다닌 친한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같이 일한 적은 없다는 것. 차라리 그게 낫다. 아니면 솔직히 우정이 아니라 인맥을 원하는 편이 맞겠다.
## 4. 《무교》
[[2024.07.23 (화)#^871570|《무교》]] 초판이 2009년에 나온 것을 감안하더라도, 책 내용은 무교를 옹호하는 상식적인 일반론 수준이다. 종교 일반에 관한 내용도 종교에 대해 조금만 고민한 사람이라면 평이하다고 느낄 것이다.
책의 주제는 부제인 "권력에 밀린 한국인의 근본신앙"로 모두 설명된다. 무교는 한국인의 근본신앙으로 면면히 흘러내려왔으나 불교, 유교, 기독교와 달리 국가권력과 결탁하지 못해서 천대 받고 비난 받았다는 것이다.
큰 기대 없이, 무교에 관한 역사, 상식, 현황 등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읽는다면 그걸로 족하겠다.
무교에 관해 다음으로 읽을 책인 [《한국무교의 역사와 구조》](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0293)에 기대를 건다.
![[한국무교의 역사와 구조.jpg|350]]
### 목차
머리말
서론: 한국무교의 문화사적 의미와 연구과제
- **제1장: 한국무교의 원형**
- 서: 무교와 그 원형
- I. 시조신화의 구조
1. 단군신화의 구조
2. 주몽신화
3. 혁거세신화
- II. 고대제례의 구조와 신앙
1. 고대의 제례풍속
2. 고대 한국인의 신앙형태
- III. 고대신앙과 무교의 원형
1. 고대신앙의 구조
2. 샤마니즘과 무교
3. 한국무교의 원형
- **제2장: 신라시대의 무교**
- 서: 한국무교의 역사적 전개와 신라
- I. 고대제례의 단순전승
1. 시조제
2. 농신제
3. 산천제
- II. 창조적 복합전개로서의 화랑도
1. 화랑도의 형성
2. 화랑도의 무교적 성격
3. 화랑도와 종교습합
- III. 용신신앙의 빈용적 전개와 무격신앙의 형성
1. 농경에 관한 용신신앙
2. 호국의 동해용신신앙
3. 벽사진경의 용신신앙
4. 무격신앙의 기원
- **제3장: 고려시대의 무교**
- 서: 고려시대의 문화와 종교적 상황
- I. 고대신앙의 단순전승 유형
1. 산천제
2. 조상제
3. 기우제
- II. 외래종교와의 습합적 전개 유형
1. 팔관회
2. 연등회
3. 무교의 외래종교 수용형태
- III. 무격신앙의 발달
1. 무격과 강신
2. 무격의 기능
3. 고려시대의 무의
- **제4장: 이조시대의 무교**
- 서: 이조시대의 문화와 종교적 상황
- I. 고대제의의 단순전승
1. 산천제
2. 기우제
3. 성황제
- II. 혼합적 전개로서의 [나례(儺禮)](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1325)
1. 나례의 역사
2. 나례의 구성
3. 처용가무와 무교
- III. 무격신앙의 전개와 정형화
1. 무풍의 성행과 억압
2. 무격과 그들의 기능
3. 무의(굿)
- **제5장: 민간신앙으로서의 무교**
- 서: 한국의 종교적 상황과 무교
- I. 부락제
1. 부락제의 현황
2. 부락제의 구조
3. 부락제의 무교적 의미
- II. 무불습합과 삼신신앙
1. 사리에 반영된 민중의 신앙형태
2. 삼성각과 기도
3. 삼신신앙과 삼성의 성격
- III. 무격신앙과 그 구조적 특성
1. 무당과 그들의 종교적 기초체험
2. 무격의 유형과 기능
3. 입무과정과 그 종교적 의미
4. 굿과 그 구조
5. 무가와 무교의 세계관
- **맺는 말: 한국무교의 특성과 무교문화론**
1. 한국무교의 특성
2. 무교와 민중의 생활문화
3. 무교문화론
인용 및 참고문헌 목록
색인
## 5. 《저자로서의 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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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들이 긴 줄을 서 있어도 새치기하는 책들이 있다. 이걸 특혜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그전부터 눈여겨 봐왔고 눈이 마추칠 때마다 '다음은 너다'라고 몇 번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클리퍼드 기어츠의 《저자로서의 인류학자》가 그런 책 중의 하나다. 제2장을 읽기 시작했는데 시작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몰래 멀리 돌아서 누군가의 뒤통수를 쥐어박는 문장들, 몇 번 꼰 농담들이 헛웃음을 짓게하지만 그것대로 재밌다.
이 책은 "'인류학자들이 글을 쓰는 방식'에 주로 관심을 가진다". (p.6)
> 저자로서 그곳에 존재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우리가 관심을 일부나마 돌려서, 우리를 그토록 구속해왔던 현지조사에 대한 매혹으로부터 글쓰기의 매혹으로 눈을 돌린다면, 이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통찰력 있는 독해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류학의 창시자를 타일러로 본다면) 115년은 단언적인 산문과 문학적 순진무구함에 머무르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p.36)
[《저자로서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에번스프리처드, 말리노프스키, 베네딕트》](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137389), 클리퍼드 기어츠(지음), 김병화(옮김), 문학동네, 2014
*Works and Lives: The Anthropologist as Author* (1988)
![[저자로서의 인류학자.png|350]]
### 목차
서문
1. 그곳에 있기: 인류학과 글쓰기의 현장
2. 텍스트 속의 세계: 『슬픈 열대』를 읽는 방법
3. 슬라이드 쇼: 에번스프리처드의 아프리카 슬라이드
4. 목격하는 나: 말리노프스키의 후예들
5. 우리/우리 아닌 자: 베네딕트의 여행
6. 이곳에 있기: 그것은 도대체 누구의 삶인가?
주
인명 소개
클리퍼드 기어츠 연보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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