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포트 존에 벗어나기
2023년 6월, 저는 학교를 휴학하고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나름 괜찮게 지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제 성격상, 편안한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하고 싶었고, 그래서 바로 실무를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유니콘 기업부터 스타트업, SI 업체까지 안 넣어본 곳이 없었고, 심지어 소문 안 좋은 중소기업에도 지원서를 냈습니다.
이력서도 처음 써봤고, 학교에서 이걸 도와주는 시스템이 있는 것도 몰랐어요. 그냥 혼자 쓰고, 주변 개발자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부탁하는 방식으로 계속 수정해나갔습니다. 그만큼 서류 탈락도 많았죠. 면접에서는 긴장도 많이 하고, 절박함이 티가 나다 보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어필할 수 있는 건 확실히 있었습니다. 저는 독학으로 공부해왔고(부트캠프도 안 다녔습니다), 스스로 파고드는 능동적인 자세만큼은 자신 있었거든요. 이 점은 이력서에도 분명히 드러내려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면, Chrome V8 엔진의 Stack, Heap 구조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공식 문서에는 없고, 블로그도 대부분 얕거나 단순히 번역한 글만 많더라고요(원문 글의 신뢰성을 무시한 번역이 많았음). 결국 구글 V8 팀 개발자에게 트위터로 직접 V8 메모리 구조에 궁금한 점을 여쭤봤고,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문서화가 어려울 정도로 자주 구조가 바뀐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궁금한 걸 참지 못해서 행동한 거였는데, 이런 부분이 저를 설명해주는 하나의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계속 실망스러웠습니다. 기술 면접도 아닌, 나이나 부모님 생년을 묻는 면접도 있었고요. 그래도 저는 좌절보다는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를 느끼는 쪽에 가까웠고, 그걸 채워보려고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문제는, 독학이다 보니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자주 AWS 프론트엔드 밋업에 참석해서, 다른 개발자분들에게 많이 물어봤습니다.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론은 그냥 책을 외우는 건지, 프로젝트 제작할때는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 등등,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당시에는 “나 지금 일하고 있다고 치자”라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공부하고 업무기록지를 썼습니다. 2024년 11월까지도 계속했으니까 꽤 오랜 기간이었죠.
> 당시 당근 마켓 프론트엔드 밋업 및 업무 기록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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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서비스도 직접 런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ProductHunt에 풀스택 노트 작성 서비스를 등록하고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나름 20위에 오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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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계속 떨어졌습니다. 긴장, 절박함, 성격적인 ‘극 I’ 성향이 섞이면서 면접에서 질문 하나에 한참 말을 돌리거나, 관련 있다 싶은 건 다 이야기하는 바람에 흐름을 망친 적도 많았죠.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말도 못 했던 경험도 많습니다.
스터디는 위치상 참여가 어렵기도 했고, 제 시간표랑 맞지 않는 점도 있었어요. 그래서 차라리 내가 알고 있는 걸 설명하듯이 영상으로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튜브에 업로드하면서 영어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로 하면 괜히 부끄럽기도 했고, 영어로 말할 수 있다면 한국어로는 당연히 설명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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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에도 또 많이 떨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면접은 복학 신청 기간이 지난 뒤에 잡혀 있었기에, 결국 복학 신청도 미뤄가며 또다시 휴학을 선택했습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마음을 먹었고, 그동안 놀았던 것도 아니니까 나 자신한테 떳떳하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 기적
그러다가 우연히 본 다른 공고 하나에 별 기대 없이 지원했습니다. 될 거란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서류 → 라이브 코딩 → 당일 합격이라는 빠른 절차로 결과가 나왔고, 저는 붙었습니다. 그게 믿기지 않았어요. 당시 전 아직 3학년도 안 된, 군대도 안 간 만 21살 학생이었거든요. 꿈같았고,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출근 첫날, 솔직히 그냥 단순한 인턴 업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정규직들과 어느정도 비슷한 업무가 바로 주어졌고, 저는 더 위축됐습니다(알고보니 해당 계열사 최초 프론트 어시). 그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래서 문제를 공유하기보다는 혼자 해결하려는 습관이 더 강해졌고, ChatGPT를 쓰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괜히 말 못 하고 구글링으로 돌아서 해보려 했습니다. 구현에는 집중했지만, 코드 품질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제 퍼포먼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고, 협업하던 동료들도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사수님께 직접 피드백을 요청드렸습니다. 돌아온 답은 명확했어요. “커뮤니케이션을 더 능동적으로 하시는 것이 더 좋을거 같아요.” 그리고 PO님께서는 더 나아가, 제가 함께 일한 모든 분들의 피드백을 정리한 PDF 문서를 전달해주셨습니다. 그 정성에 감동받았고, 저도 더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오후 7시 반 퇴근 후, 윗층 휴게실에서 두 시간 넘게 부족한 걸 복습/학습했습니다. 물론 출퇴근 속에서도 필수로 개인 공부를 했습니다(하스팟 키고 버스에서...코딩을 늘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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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님이 주신 피드백 문서를 출력하여 시간날때마다 항상 읽었고, 버스 안에서도 주말에도 읽었습니다. 책임감도 책임감이지만 그저 신경써줬는데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더나아가서 이론 공부를 할때는 책 대신 저에 맞는 학습 방법인 관련 논문을 찾아 읽으며 시간을 아끼고 확실하게 공부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ProductHunt에 올린 서비스도 계속 발전시키고 운영했습니다.
처음 서비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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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런칭 후 찍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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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런칭 투표 수인 85표보다 낮지만 퀄리티는 훨씬 더 올라감...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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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 덕분에 사수님께서는 “3개월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고 칭찬을 하셨고 저도 제 퍼포먼스가 올라가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기에 더 노력을 했습니다. 뭔가 딱 성장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가는게 느껴지기에 노를 엄청 저었던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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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부족한 점을 느껴 2024년 10월 23일부터는 퇴근 후 매일, “오늘 공부한 것, 부족했던 점, 새로 배운 이론”을 설명하는 영상을 집에서 찍었습니다. 생일에도, 휴가에도, 계엄령 같은 날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더 퍼포먼스는 눈에 띄게 상승했고, 사수 분께서는 퇴사 2달 전 저에게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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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어떤 일을 하신건가요?
제가 실제로 맡은 일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상반기에는 증권 앱, 즉 WebView 기반 MTS 작업을 했고, 하반기에는 해외 주식 백오피스 업무에 집중했습니다. 2024년 10월 30일, 회사에서 마진 거래 서비스를 출시 전, 그 백오피스 클라이언트 기능 중 약 65%를 그 후 11월 말, 달러 송금 서비스 출시 전 백오피스 클라이언트 작업 같은 경우에는 제가 다 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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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프론트 소규모 기술 회의에서 한 프론트 분께서 WebView 앱에 네이티브 전환 효과를 넣어주는 라이브러리를 소개했는데, 그게 당근마켓에서 만든 거더라고요. 당시 미팅에서 도입 여부에 관한 의논을 하였고 그 후 전 시간날때 직접 Next.js 기반 웹 앱에 해당 라이브러리를 적용해보려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해도 잘 안 되어, 직접 LinkedIn으로 당근 코어 프론트 리드에게 연락했고, 오프라인으로 만나 대화도 나눴습니다. 결과적으로는 Next.js 구조상 적용이 어려워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 경험을 사내 기술 밋업에서 공유했고, 작게나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 이 글을 당근 코어 프론트 리드 분께서 못 보실것 같습니다만,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 출근 날, 원래는 사수님만 나오실 줄 알았는데, PO 분과 서버 엔지니어 두 분까지 같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다른 팀 서버 엔지니어는 치킨 기프티콘을, 사수님은 직접 선물까지 주셨습니다. 다들 정말 좋은 분들이었고, 그분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저에게 2024년은, 인생을 바꾼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역 대체 일자리는 결국 구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타이밍이 조금 어긋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다시 학교로 돌아왔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