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Journey of Life/_files_/image-1.png]]
## 베르비에 페스티벌 참관기 Part 2
아직 페스티벌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후기를 적을 시간은 (사실은 능력이 ㅎㅎ) 없지만 참석한 매일 공연에 대해서 간단한 후기를 적어 보려고 한다. 우선 우리가 첫 며칠 동안 볼 공연은 다음과 같다. (아래 공연 상당수가 이미 [스트리밍으로 공개되어 ](https://www.medici.tv/en/partners/verbier-festival-on-medicitv) 있다.)
![[2025-07 베르비어 뮤직 패스티벌 (1) 2025-07-21 04.36.17.excalidraw.svg]]
%%[[2025-07 베르비에 뮤직 패스티벌 (1) 2025-07-21 04.36.17.excalidraw|🖋 Edit in Excalidraw]]%%
### 브람스 교향곡 4번
첫날 공연의 메인은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이었다. 1884-1885년에 완성된 이 작품은 브람스가 남긴 네 개의 교향곡 중 마지막 작품으로, 작곡가 자신도 "더 이상 교향곡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만큼 완결성이 높은 걸작이다. 특히 4악장의 파사칼리아 형식은 바로크 시대의 전통을 19세기 후반의 관현악법으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음악적으로는 첫날 공연부터 후끈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정규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연주 모습은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지만 (각자 보잉도 제스처도 다른 자유분방함) 브람스 4번에서 이 오케스트라가 보여준 열정적인 연주는 대단한 것이었다. 마치 모든 단원들이 독주 연주자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한다고나 할까?
![[IMG_0614.jpeg]]
필자는 평론가가 아니지만 2악장 중반부에서 크레센도로 올라갈 때 느껴지는 고양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갑자기 막 구름이 걷히면서 눈부신 햇살이 비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래 그림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개인적으로 흠잡을 데 없지만 별 감동도 없는 연주보다 실수가 있더라도[^4] 이를 상쇄하는 감동을 주면 좋은 연주라고 생각하는데, 정확히 여기에 부합하는 연주가 아니었나 싶다.
![[thomas_cole_voyage.webp|641x431]]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he_Voyage_of_Life#
###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
둘째 날 오전 프로그램은 주로 요요마 등과의 실내악 협연으로 알려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리드하는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2].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들은 1717-1723년경 쾨텐 궁정 시절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며, 바로크 시대 협주곡의 완벽한 모델을 제시한다.
고요한 예배당에서 풍부한 음량으로 울려 퍼지는 협주곡의 선율은, 그동안 바흐를 주로 마음의 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배경 음악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음악적 시야를 안겨주었다. 카바코스의 연주는 바흐 특유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바로크 시대의 원전적 정신을 잃지 않는 균형감이 인상적이었다.
![[IMG_0630.jpeg]]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
저녁의 메인 이벤트는 임윤찬과 매켈레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이었다. 1926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라흐마니노프가 미국으로 이주한 후 작곡한 세 번째 협주곡으로, 2번과 3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숨겨진 보석'이다. 작곡가가 1941년에 대폭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주 빈도가 낮은 편인데, 이는 아마도 전통적인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성보다는 재즈의 영향을 받은 현대적 감각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필자도 라흐마니노프 2번과 3번을 주로 들어왔지만, 이번 기회에 4번에 입문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종 [유튜브 강의를 통해](https://www.youtube.com/watch?v=yDo1aM0jy6g&t=383s&ab_channel=tonebasePiano) 나름 예습을 하고 친애하는 왕유자님의 음원을 들으며 전체적인 구조를 익히려고 노력했는데,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성에 대한 편견(?)을 지우면서 듣다보니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래는 [Apple Music Classical](https://music.apple.com/us/info/apple-music-classical)에서 제공하는 설명과 음원이다.
| ![[IMG_0658.PNG]] | ![[IMG_0659.PNG]] |
| ----------------- | ----------------- |
그리고 이어진 공연은, 음... 몇 번 듣지 않은 입장에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 라흐마니노프와 거쉰의 만남[^5]이라고 할 만한 폭발력 있는 클라이맥스와 재즈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었다 -- 정도로 일단 정리하겠다. (최근 [서울 공연 리뷰 참조](https://bachtrack.com/fr_FR/review-makela-yunchan-lim-rachmaninov-orchestre-de-paris-seoul-june-2025)) 현장 분위기도 뜨거워서 공연은 우뢰와 같은[^3] 환호 속에 마무리되었다. 오늘 공연에는 한국분들이 상당히 많이 오셔서 공연 전후 로비가 흡사 예술의 전당을 방불케 하는 신기한 광경도 있었다.
| 윤찬님과 매켈레의 무대 인사 | 앵콜을 위해 자리에 앉은 윤찬님 |
| ------------------ | ------------------ |
| ![[IMG_0656.jpeg]] | ![[IMG_0657.jpeg]] |
### 클래식 기타 by 라파엘 퓨이야트
클래식 기타는 필자에게 친숙한 악기가 아니지만, 밀로쉬라는 아티스트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베르비에 패스티벌 프로그램에서 그의 이름을 보고 바로 예매를 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해서 밀로쉬 대신 다른 아티스트가 공연을 맡게 된다고 들었을때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라파엘 퓨이야트](https://namu.wiki/w/%EB%9D%BC%ED%8C%8C%EC%97%98%20%ED%93%A8%EC%9D%B4%EC%95%BC%ED%8A%B8) 역시 밀로쉬처럼 유명 레이블인 DG와 계약하고 명성을 쌓기 시작한 젊은 아티스트였기에 그래도 기대감을 갖고 공연을 들었다. 정작 문제는 공연장 사정때문에 생겼는데, 누군가가 공연장 밖에 주차해둔 차에서 주기적으로 삐삐 소리가 났던 것이다. 전문 공연장이 아닌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어려움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라파엘 퓨이야트는 흔들림없이 최선을 다해 공연을 완료했고, 주요 레퍼토리인 헨델, 라모, 스카를라티 등 바로크 시대의 명곡을 기타로 편곡한 작품을 능숙하게 연주했다. ([밀로쉬의 바로크 앨범에](https://open.spotify.com/album/21RQ5ToNB79hGsqOobGGQi) 있는 곡들이다.) 앵콜로 두곡을 연주했는데 구슬픈 서정성의 명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https://namu.wiki/w/%EC%95%8C%ED%95%A8%EB%B8%8C%EB%9D%BC%20%EA%B6%81%EC%A0%84%EC%9D%98%20%EC%B6%94%EC%96%B5)으로 마무리한 것도 인상깊었다.
클래식 기타를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의 일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넘나드는 것을 감상 철학으로 생각하는 필자에게는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주었다. 이 공연을 통해 알아낸 가양한 클래식 기타 레퍼토리를 애플 뮤직 클래시컬 앱에서 찾아 듣는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Subscription 없이도 음악듣기 빼고는 다 사용할 수 있다.)
| | |
| --------------------- | ---------------- |
| <br>![[image-10.png]] | ![[Publish/Journey of Life/_files_/image-3.png]] |
###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주로 말러나 베토벤과 같은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곡을 듣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필자에게 바흐나 모차르트는 주로 경음악(?)으로 업무 생산성을 돕거나 집에 손님이 왔을때 가볍게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상황에서 선곡하는 용도이다. 이번 음악 축제는 이런 음악적 편식에도 좋은 해독제 역할을 해주었는데, 하루에도 여러 공연이 이어지는 이벤트의 특성상 1순위가 아닌 공연도 중간 중간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역시 모차르트인데다 이름도 생소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곡이었다. 하지만 훌륭한 연주자들의 공연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들어보니 역시 [실내악의 명곡으로](https://m.blog.naver.com/iunggc/221898748226) 뽑히는 이유가 있었다. 푸른 숲의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이 아름다운 선율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단, 가족들에게 '모짜르트니까 금방 끝나'라고 이야기했다가 40분이 넘는 연주시간때문에 아이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나중에는 구운 오징어처럼 늘어지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by 손민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흔히 피아니스트에게 최후의 도전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그중에서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한 후에 작곡된 마지막 세 소나타는 베토벤의 내면 세계를 비추는 거울로 여겨지며, 다양한 실험적인 성격으로 말미암아 20세기에 나타난 재즈와 같은 새로운 음악 장르를 예견한 것으로 평가된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조금 늦게 도착하여 콘서트장인 교회 왼쪽 구석의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프로그램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공연 시작 30분이 지났는데 연주는 멈추지 않고 게속되었고, 어느 순간 음악에 집중하기보다는 '언제 첫번째 소나타가 끝나지'라는 생각만 하다가, 공연이 끝나서야 세 소나타를 연속으로 연주하는 컨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레퍼토리의 공연에서 [과거에도 그런 경우가](https://bostonclassicalreview.com/2023/03/levit-creates-a-mesmerizing-beethoven-landscape-with-final-three-sonatas/) 종종 있었다. )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아쉬움을 나중에 스트리밍을 보면서 달랬는데, 역시 명곡이요 명연이었다.
[Replay in medici.tv](https://www.medici.tv/en/concerts/verbier-festival-2025-minsoo-sohn-beethoven-last-three-piano-sonatas)
### 참석하지 못한 공연들
작년 11월 말에 예매를 했음에도, 필자가 예매하지 못한 공연이 상당수 있었는데, 이 중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임윤찬/손민수 피아니스트의 협연이 있었다. 최근 스트리밍이 발달하여 굳이 직관이 아니라도 좋은 공연의 감동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 임윤찬/손민수 피아니스트의 협연은 다행히 공식 파트너인 medici.tv에서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고 있다.
[Replay in medici.tv](https://www.medici.tv/en/concerts/verbier-festival-2025-yunchan-lim-minsoo-sohn-piano-duets-brahms-strauss)
![[image-12.png]]
[^2]: 자세한 소개는 [객석](https://auditorium.kr/2022/10/%EB%B0%94%EC%9D%B4%EC%98%AC%EB%A6%AC%EB%8B%88%EC%8A%A4%ED%8A%B8-%EB%A0%88%EC%98%A4%EB%8B%88%EB%8B%A4%EC%8A%A4-%EC%B9%B4%EB%B0%94%EC%BD%94%EC%8A%A4-2/) 의 기사 참조.
[^3]: 여담으로 어제 공연장에서 실제 뇌우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서 꽝꽝 소리가 진동하기도 했다.
[^4]: 이 공연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5]: 실제로 라흐마니노프가 거쉰의 Rhapsody in Blue 초연에 참석했다고 한다. https://www.ihsnews.com/10323